하이브 3분기 적자 한한령 완화 기대 감소 엔터주 약세
하이브 3분기 적자, 성장 정체의 징후인가
하이브가 2024년 3분기 영업손실 422억 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많은 투자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활동 중단 이후 하이브는 솔로 활동 및 신규 아티스트 론칭을 통해 매출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분기 결과는 글로벌 음반 시장의 둔화와 원가 상승, 그리고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하이브의 실적 부진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성장 정체의 신호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이브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아티스트 활동 중심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팬플랫폼 ‘위버스(Weverse)’와 같은 디지털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익률을 상쇄할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신규 그룹과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선제적 투자 부담이 단기 재무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향후 글로벌 엔터 시장에서 하이브가 어떤 전략적 방향성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하이브가 단순히 앨범 판매나 콘서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IP(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 게임, 패션, NFT 등 다각적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빠른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3분기 적자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한한령 완화 기대 감소,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한풀 꺾이면서 한국 엔터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한령이란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시행한 한류 콘텐츠 제한 조치를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완화 조짐이 보이면서 한국 연예산업계는 중국 시장 진출 재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의 문화 시장 보호 기조가 강화되며 다시금 한류 콘텐츠 유통에 제약이 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 결과 하이브뿐 아니라 에스엠, JYP 등 주요 기획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시장은 한국 엔터 산업의 해외 매출 비중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굿즈, 팬미팅, 광고 계약 등 다방면에서 높은 소비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외교 관계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한한령 완화 기대가 약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 시장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해외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런 흐름은 투자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의 제약은 K-콘텐츠 수출 구조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그동안 중국 플랫폼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던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미국·유럽 등 다양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 하이브, 에스엠, JYP 엔터테인먼트가 각각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공동 제작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약해질수록, 이들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협업, 로컬 트레이닝 시스템 구축, 현지 맞춤형 콘텐츠 제작이 필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엔터주 약세, 시장의 신뢰 회복이 관건
하이브, 에스엠, JYP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가가 최근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과 외부 환경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때 K-엔터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저평가된 성장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분기 동안 이어지는 불안정한 실적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특히 하이브의 3분기 적자는 업계 전반에 ‘성장 둔화’라는 경고음을 울리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실제로 증권가는 하이브, 에스엠, JYP에 대한 목표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단기 이슈가 아닌, 산업 전반의 성장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투어 감소, 팬덤 소비력 둔화, 플랫폼 매출 성장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달러 강세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엔터사들에게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콘텐츠 다변화’와 ‘IP 비즈니스 강화’라는 키워드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 회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엔터 산업의 본질은 ‘감성 중심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한 번 흔들린 팬덤과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꾸준한 성과와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 하이브는 위버스의 글로벌 확장, SM은 AI 제작 시스템 도입, JYP는 해외 걸그룹 프로젝트 확대를 추진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다시 ‘엔터주=성장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실적 안정화와 해외 시장 성과가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실질적 성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엔터주의 약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하이브의 3분기 영업손실 422억 원은 단순히 한 기업의 부진이 아니라 한국 엔터 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한령 완화 기대 약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주요 엔터사들의 주가가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이브의 적자는 수익 다각화의 필요성과 해외 시장 의존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엔터 업계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IP 비즈니스 구조 확립과 디지털 전환 전략 강화가 요구된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보다 각 기업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수익 모델을 구축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산업계가 공조하여 문화 콘텐츠 수출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브를 비롯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금 성장 스토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