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집중 인플레이션과 화폐 권력
부의 집중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필립 바구스 교수가 지적한 핵심은 인플레이션이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부의 재분배 메커니즘이라는 점이다. 그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공모하듯 돈을 쉽게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미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이 가장 먼저 이익을 취한다고 말한다. 새로 발행된 화폐는 시중에 순차적으로 흘러들어오는데, 그 유통 초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본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계층이다. 이들이 자금을 보다 싸게 조달해 부동산, 주식, 귀금속 등 실물 및 금융자산을 선점함으로써 자산 가치 상승분을 가져가게 된다. 반면 일반 대중은 뒤늦게 오른 물가를 감당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구매력은 계속 떨어진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캔틸론 효과’로 불리는 현상으로, 화폐가 시장에 공급되는 순서가 부의 분배를 결정한다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오래된 주장을 다시금 입증한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고 설명하지만, 바구스 교수는 이러한 과정이 실제로는 권력 구조를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정치권은 더 많은 세입 없이도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조달할 수 있고, 중앙은행은 이에 맞춰 화폐를 찍어낸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자금은 늘어나지만,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유동성 증가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이때 임금 인상보다 물가 상승이 빠르기 때문에 실질 소득은 떨어지고, 이는 중산층의 구매력을 갉아먹는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의 착시 효과’가 생기지만, 실제로는 실물 가치가 아닌 화폐가치의 하락에 따른 상대적 상승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바구스 교수는 인플레이션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일갈한다.
인플레이션의 수혜자는 언제나 동일하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과 대출 규제 완화는 기업과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생산적 투자보다 금융적 투기 활동이 더 많은 수익을 내면서 경제의 자금 흐름이 왜곡된다. 이에 반해 서민층은 대출 금리 상승과 고물가의 이중고를 겪는다. 바구스 교수는 "국가가 화폐 발권력을 독점하는 한, 경제는 항상 특정 집단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통화 정책을 결정하고, 그 혜택을 사전에 활용하는 이들이 결국 부를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악순환이 어떻게 사회적 위화감을 확산시키는지, 그리고 단순한 정책 변화만으로는 왜 해결되지 않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화폐 권력과 국가의 유혹
국가가 화폐 발행권을 갖는 것은 겉보기에는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필립 바구스 교수는 이 권력이 어떤 유혹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직시한다. 정부는 늘 재정의 압박 속에서 공공서비스 확대와 복지 강화의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세금을 올리는 것은 국민의 반발을 초래하므로, 보다 손쉬운 방법인 통화 발행을 택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로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서서히 줄이는 셈이다. 바구스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화폐를 통한 간접적 착취’라고 표현하며, 국가는 언제든 재정적 책임을 미래로 미루는 방식으로 화폐를 조작한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기술, 특히 디지털 화폐나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의 등장을 통해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강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국가의 화폐 권력이 공고화될수록 개인의 경제적 자유는 줄어든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는 법정 통화로서 유일한 법적 결제 수단이 되기 때문에, 국민은 본질적으로 독점적 화폐 시스템 안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여기에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결합되면, 특정 정책 수행을 위해 개인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제한하거나 모니터링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필립 바구스 교수는 이것을 ‘화폐 정치화’의 극단적 형태로 보며, 화폐의 중립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이 곧 자유 시장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화폐는 본래 교환의 수단이자 가치 저장의 도구였으나, 지금은 통치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스트리아 학파의 자유주의적 화폐관이 다시 주목받는다. 그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사용 화폐를 선택할 수 있어야 경쟁과 효율이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금본위제 복귀나 암호화폐와 같은 대안 화폐가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필립 바구스 교수는 정부가 통화정책을 독점하는 한, 건강한 경제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인플레이션은 단지 가격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을 서서히 이전시키는 ‘화폐를 통한 권력 행사’이며,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라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인플레이션 속 부의 집중 메커니즘
현재 세계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공급망 차질이나 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니다. 필립 바구스 교수는 그것이 경제 시스템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새로 발행된 화폐가 경제 전반에 골고루 퍼지는 과정에서 이미 부유층은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그들은 신용도가 높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새 유동성이 시장에 도달하기 전 자산을 선점할 수 있다. 반면 저소득층은 이에 접근할 정보와 기회가 부족하다. 결국 같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부를 불리고, 누군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비대칭적 현실이 만들어진다.
부의 집중은 단지 경제적 격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민주적 작동 원리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금융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은 시장을 움직이는 정보와 수단을 독점하며, 정부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통념 아래, 그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정당화한다. 실제로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할 때,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늘 자산시장에 먼저 나타난다. 결국 이익은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일반 국민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이동성을 떨어뜨리고, 세습적 부의 형태를 고착화한다.
필립 바구스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화 정책을 투명하게 감시하고, 화폐 발행 권력을 부분적으로라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시민들이 인플레이션의 진짜 본질을 이해할 때만이, 정치권의 단기적 이익을 위한 화폐 남용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개인 차원에서도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한 전략적 자산 배분, 즉 실물 가치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한다. 결국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첫걸음은, 화폐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스스로의 재무적 자유를 지키는 데 있다.
결론
필립 바구스 교수가 지적한 인플레이션과 화폐 권력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 이론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돈의 본질을 되짚게 만든다. 국가의 재정지출 유혹과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권력은 표면적으로 경기 안정과 사회복지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부유층에게는 대출과 자산 확장의 기회로, 서민층에게는 실질 구매력의 하락과 생활비 부담 증가로 돌아오는 이 비대칭 구조는 인플레이션이 단지 경제 현상이 아니며 정치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통화정책의 조정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화폐의 발행과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중앙은행의 권한을 민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개인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융 지식을 습득하고, 실물 중심의 자산 분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바구스 교수가 경고한 대로, 화폐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사회의 자유와 평등은 함께 무너진다.
앞으로의 경제는 화폐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만 부자가 되는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늘의 논의를 계기로 독자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화폐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재해석하고, 스스로의 경제적 주권을 되찾는 실천을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