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 재편과 국가 개입주의 확산

국제 질서가 급속히 변화하며 글로벌 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가 개입주의’의 확대와 함께 새 경쟁 영역이 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이 국제 경제 질서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EY한영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히 경제적 현상을 넘어 지정학적 경쟁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산업 재편과 새로운 경쟁 구도의 부상

최근 세계 경제의 구조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각국의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글로벌 산업 지형은 재편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과거 자유무역과 글로벌화가 성장의 중심축이었다면, 이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재편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경기 변동을 넘어 새로운 산업 질서의 기반을 만드는 장기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산업 재편의 핵심은 기술 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 지원과 정책적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기업의 투자 방향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 유럽연합의 핵심 원자재법, 일본의 기술혁신 보조정책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산업 재편의 또 다른 동력을 제공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이 기술·제조·소비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선진국 중심의 가치사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다극화된 경제 질서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단일 시장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다중 시장 전략과 지역 분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다변화를 넘어 새로운 경쟁 구도를 재정의하는 움직임으로, 글로벌 산업의 균형점을 재조정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산업 재편은 단순한 재배치가 아니라, 각국이 자국의 ‘경제 안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총체로 해석된다. 향후 산업 경쟁력은 ‘효율성’보다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이 단기 이익보다 장기 정책적 방향성에 따라 움직여야 함을 의미한다.



국가 개입주의 확산과 국제 질서 재편의 이중 효과

‘국가 개입주의’의 확산은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 에너지 공급 불안 등 연쇄적 위기의 시대 속에서 정부는 더 이상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다.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직접 주도하고, 무역·기술·에너지 정책까지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는 기존의 자유시장 중심 체제에서 ‘전략적 개입’ 중심 체제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현상은 ‘리쇼어링(reshoring)’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여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비용 상승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반면, 발전도상국은 선진국의 리쇼어링 영향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배치 수혜를 얻으며 제조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가 개입주의의 확산은 또한 새로운 산업 표준과 경쟁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보안·지적재산·인공지능 윤리와 같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 기업의 혁신을 지원함과 동시에 규제의 경계를 재정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산업 경쟁력을 재편할 뿐 아니라, 국제 정치 질서에도 큰 파장을 미친다. 국제기구와 다자협력체의 역할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는 경제적 효율성 극대화가 중요한 목표였다면, 이제는 정치적 안정과 안보 협력, 기술 표준의 조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G20, OECD, WTO 등의 논의 구도 역시 ‘시장 개방’에서 ‘정책 조율’로 점차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결국 각국의 개입이 늘어날수록 세계 질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되며,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다층적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새로운 경쟁 영역의 확대

글로벌 사우스의 성장세는 현재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내수 시장이 견고해지면서, 이들은 더 이상 원자재 공급지나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국제 교역과 기술 혁신의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거대한 인구와 디지털 성장 잠재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의 핵심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 변화는 ‘공급망 다변화’와 ‘시장 접근의 재구조화’를 동반한다. 선진국의 생산 의존도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사우스는 기술 이전과 산업 인프라 확충의 기회를 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의 축도 확실히 이동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경제 협력, 무역 협정, 지역 블록화 전략 등을 강화하면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새로운 경쟁 영역의 등장은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 성장과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점점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풍부한 자원, 젊은 노동력, 유연한 제도 환경을 기반으로 혁신 성과를 빠르게 흡수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 질서를 다극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Y한영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전략, 공급망 관리, 인재 확보, ESG 경영까지 포괄하는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 경쟁의 중심축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옮겨가며, 과거의 선형적 글로벌화 대신 복합적이고 지역 맞춤형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중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생산 비용 우위가 아니라, 정책 안정성·디지털 역량·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론

국제 질서재편, 국가 개입주의 확산,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현재 세계 경제 구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기존의 자유시장적 원리가 점차 국가 중심의 전략적 운영으로 대체되며, 각국은 자국 산업의 보호와 성장 잠재력 극대화를 위해 직접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 모두의 대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향후 글로벌 경제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장기적 지속가능성과 전략적 회복력을 고려해야 하며, 정부는 정책 조정과 국제 협력을 통해 균형 잡힌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산업별로 어떤 기회와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각국의 대응 방향성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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